도서출판 세창출판사

2009년 대한민국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계약성립론은 올해 독일 본 대학에 가서 2주간 머물면서 라인강변을 바라보면서 마무리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전체 작업은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에서부터 시작하여 10년 이상이 걸렸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은사이신 조규창, 하경효 교수님의 권유로 독일에서 법률행위론을 공부하고 싶어서 이 분야의 주제를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계약의 성립요건인 합의 그리고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불합의에 관하여 박사학위 논문을 Zollner 교수님 아래에서 썼다. 이 학위논문에서 주요 주제 중의 하나는 불합의 이론의 변화였고 의사표시의 일치 그리고 본질적 구성부분, 확정성 등의 요건의 상호관계에 관한 것이 논문의 주된 관심사였다. 한국에 돌아와서 이 주제를 우리나라 법에 적용하고 연구를 심화하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본격적으로 처음 이 분야에서 우리법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은 안암법학회에서 그 당시 다수설이 바라보고 있었던 것처럼 단순한 합의가 아니라, 본질적 구성부분에 대한 규율을 해야 하는 대상을 갖는 합의라는 측면에서 논문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 그 다음으로 영남민사법학에서 박사학위논문의 기초가 되었던 이론을 심화하고 싶은 차원에서 성립요건으로서의 법률행위개념을 법학방법론적 측면에서 근거짓는 연구를 하였다. 발표되었던 앞의 연구들이 기초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대법원에서 계약의 성립요건으로 대상을 갖는 합의개념을 취하는 판결을 하였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더 나아가 주관적 본질적 구성부분과 객관적 본질적 구성부분을 구분하였고 계약협상의 부당파기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구체적인 이론을 전개하였다. 필자는 매우 기쁜 마음으로 이러한 대법원의 타당한 이론을 좀더 심화하고 근거짓는 연구를 하였다. 한편 대법원에서는 계약협상의 부당파기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어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와 달리 그 요건과 법률효과가 어떻게 다른지가 한동안 연구에서 주된 관심사가 되었다.
통상 합의와 불합의를 의사표시의 일치 내지 불일치로 이해하는데, 표시된 내용의 일치와 의사의 일치에 관한 기존의 표시주의와 의사주의의 대립을 절충한 우리 민법하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관하여 연구하였다. 특히 이론적으로 계약상 불합의와 오해이론이 분리되면서 의사표시의 일치로서의 합의라고 할 때 이러한 의사표시의 일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의 문제를 다룰 필요성을 느꼈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계약성립에 있어서 인식의 하자 및 이해의 하자에 관한 부분 중 무체적인 의사표시의 효력발생의 문제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주된 관심사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계약성립론에서 법률행위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의사실현에 의한 계약체결에 대하여 대법원 판결이 나와 이를 연구하였다. 마지막으로 국제적으로 계약법이 통일화되면서 계약성립에 관한 규정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 중 가장 최근 자료인 계약성립에 관한 유럽연합의 계약법원칙을 연구하였다.
위 연구내용들은 특별히 하나의 체계를 잡고 연구한 것은 아니었지만, 계약성립과 관련하여 하나의 통일된 주제에 관하여 연구된 것이기에 전체적인 책의 형태로 묶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각 내용에 상호 연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상당한 작업이 필요하였고 시간이 요구되었다. 내년 2009년, 민법총칙의 개정을 시작으로 새로운 민법개정작업에 착수한다고 한다. 그런데 법률행위 분과에 계약성립부분이 들어가 있어, 독일민법에서처럼 법률행위론과 계약성립론을 연결시키려고 하는 계획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개정작업에 본 연구서가 하나의 작은 초석이 되었으면 한다.